November.23.2019    
 
[책속 명문장] 김소연의 <마음사전> 중에서

글을 쓸 때 감정에 대한 정의는 쉽지 않다. 그만큼 하나의 감정도 여러 갈래로 나뉘기 때문이다. 슬픔에도 크기와 강약이 있듯 말이다. 김소연의 <마음사전>(2008. 마음산책)은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잘 설명한 책이다. 다음은 처참하다, 처절하다, 처연하다에 대한 글이다.

‘처참함은 너덜너덜해진 남루함이며, 처절함은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괴로움이며, 처연함은 그 두 가지를 받아들이고 승인했을 때의 상태다. 처참함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정황이라면, 처절함은 차마 손 댈 수 없는 정황이며, 처연함은 눈 뜨고 볼 수도 있고, 손을 댈 수도 있지만, 눈길도 효력도 없으리란 걸 알고 있는 상태다.
처참함은 입맛을 잃어 물조차 삼킬 수 없는 지경이라면, 처절함은 밥솥을 옆구리에 끼고 전투적으로 숟가락질을 하게 만드는 지경이며, 처연함은 한 그릇 밥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경지이다.

누군가가 우리를 처참하게 했을 때, 우리는 행동할 게 없어지고 말이 쌓인다. 하지만, 누군가 우리를 처절하게 했을 때, 우리는 말이 없어지고 대신 처신할 것만 오롯이 남는다. 그 누구 때문에 우리가 처연해진다면, 그때는 말도 필요 없고 행동도 필요치 않은 상황이다. 처참함 때문에 우리는 죽고 싶지만, 처절함 때문에 우리는 이 악물고 살고 싶어진다. 처연함은 삶과 죽음이 오버랩되어서 죽음처럼 살고, 삶처럼 죽게 한다.’(63, 64쪽)

출처 : 화이트페이퍼(http://www.whitepaper.co.kr)
출간시 두권 요즘은 마음의 수양과 심리학 책을 사놓고 표지만 보고 있습니다. -_-   {12-10}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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